II-3. 문화와 계급

[노트] 서비스 계급의 등장(에스핑-앤더슨, 신광영)

김성윤 2007. 8. 18. 02:49

서비스 사회인가?

― 신광영의 「서비스 사회와 계급구성의 변화」에 대한 노트


김성윤, 2006년 12월 5일


1. 이 논문은 현재의 사회가 서비스 사회라는 전제 아래, 제조업 중심 자본주의에서 서비스 중심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직업별 소득 양극화 현상과 젠더불평등 등의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2. 계급구성에 있어서도 변화의 지점이 일별되는데, 이 논문에서 중요한 논점 중에 하나는 서비스 산업의 징조가 이미 산업사회의 독점자본 형성 시기에 있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이래로 존재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영직 종사자의 ‘모순적 계급위치’(이것은 라이트의 개념이다)에 대해서는 이미 골드소프가 ‘서비스 계급’의 개념을 입론한 바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신광영은 서비스업과 서비스직 노동자의 출현이 단지 새로운 현상이거나 새로운 발견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3.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특성들은 종래의 중간계급 논의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유도하고 있다. 신광영은 라이트의 중간계급 논의를 바탕으로 에스핑-앤더슨의 논의를 끌어들인다. 에스핑-앤더슨의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현 시기의 특성을 비교적 적절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이 지점에서 부각되는 논점이 바로 현 시기의 사회 속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신광영은 에스핑-앤더슨이 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해 풍부한 이해를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지금의 사회를 포스트-포드주의로 일괄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이 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핵심 원리를 통해 여전히 ‘제조업 내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광영의 논의처럼, 현재의 사회적 속성은 그 중심축이 서비스사회 쪽으로 기울고 있기는 하지만, 산업사회와 서비스사회의 성격이 병존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5. 포스트-포드주의나 서비스사회라는 용어는 방향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사회성격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포드주의는 탈-제조업적인 변화를 암시하는데, (신광영이 이미 논박했듯이) 포드주의와의 연속적인 특성 때문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반면, 서비스사회는 제조업 내 변화를 핵심축으로 내세우는데, 이것은 서비스업에서 산출되는 상품 형식에 관한 논의 등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킨다.


6.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쟁점이 도출될 수 있다. 산업사회와 서비스사회라는 구별은 타당한 것인가. 그리고 포스트-포드주의사회와 서비스사회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물론 이 논문에서 확실한 해답을 얻기는 어렵다. 논문의 성격이 서비스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라기보다는 분석의 출발점으로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계급과 사회변동에 대한 질문은 지속적으로 유효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