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관찰을 통한 현실의 재구성

대도시에는 도시구획에 있어 빈민주거지역을 게토화하는 규제양식이 성립됐다. 김성윤씨는 이런 규제 양식이 주민들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아트센터 멀티미디어 세미나실에서 사회학과 학술제인 의 마지막 일정으로 대학원 워크샵이 있었다. 사회학과에 대학원과정이 개설된지 1년 반만에 처음으로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동안의 연구성과물에 대한 발표와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발제는 3명의 원우에 의해 이뤄졌는데, 모두가 올 상반기에 걸쳐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살린 내용으로 논문을 구성하여 자료구성도가 높고 학문적 열정이 엿보이는 발표들이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종성(석사 3차)은 최근 극소전자혁명에 의해 정보통신 기술이 노동과정에의 핵심적인 직무수행수단으로 전면 도입됨에 따라 노동자에 대한 현장통제 및 감시에 있어 이러한 신기술에 의존하는 추세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전자 노동감시와 노동자수용: A은행콜센터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은행 콜센터의 중간관리자와 고객상담원을 대상으로 면접조사와 그룹면담조사등을 통해 최근 기업들의 고객서비스활동에 대한 정보통신기술의 응용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하여 급성장하고 있는 콜센터 부문을 중심으로 전자감시기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 태도와 그 배경원인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발표됐다. 그리고 전자감시가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이나 노동자의 반응태도를 단선적인 결론으로 이해, 해석되기보다는 노동자집단간의 상이성과 노동경험에 따른 변화가능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았다.

한편 두 번째로 발제를 한 박선영(석사 2차)은 ‘무엇이 노동자를 노동자로 만드는가’, ‘개별노동자들은 어떻게 계급정체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그 계급의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가져가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6개월에 걸쳐 한국수출산업공단에서 10년 이상 일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구술생애사 사례비교를 통해 <노동자 계급의식의 형성과 변화과정-두 노동자의 구술생애사 사례비교를 통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총 14명의 노동자들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얻어낸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식의 형성에 대한 유형화 작업과 두 노동자의 상이한 정체성을 구술생애사를 통한 비교분석으로 과거 노동운동의 경험과 기억이 현재 두 노동자의 의식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과정을 통해 계급의식이 형성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김성윤(석사 3차)은 영구임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빈곤층의 새로운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계층적 의식이 어떻게 체계화·구조화·자연화하면서 자리잡아 가고 있는지를 고찰한 <빈곤의 탈근대적 양상들, 대도시 속의 영구임대 아파트-서울 가양동과 등촌동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존의 연구들이 물질성을 중심으로 불평등 양상을 추적했던 데 반해 홀(S. Hall)의 ‘필수적 이탈’ 개념을 도입해 의미론적 체계 즉 의미생산의 영역에서 사회적·문화적 불평등이 고착화되면서 개인들의 정체성과 의식이 형성되어가는 유형들에 초점을 맞춰 주목을 끌었다. 특히 다양한 시각자료와 면접자료 등을 통해 영구임대아파트를 둘러싼 규제, 소비, 생산, 재현, 정체성의 문화적 순환과정 등을 보여줌으로써 청중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토론에 참여한 안선덕(석사 2차)씨는 “서로간 학문적 교류가 아직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학문적 관심과 연구방법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교류를 나눌 수 있었고, 학문적 의욕이 고취된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워크샵에는 교수들도 자리를 함께하여 원우들과 다양한 토론의 자리가 형성돼, 발표된 논문들이 더욱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는 제언들이 오갔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이 대부분 상당기간 동안의 현장조사와 면접조사 등을 통해 많은 자료를 축적해 오면서 분석·구성된 논문들이라 토론과정에서 이후 논문에 대한 내용 보완과 후속작업에 대한 논의들도 다양하게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발표된 논문들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보다 탄탄한 논문으로 발표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호철 편집위원 rebel257@empal.com

Posted by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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