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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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일 지성이 벌이는 우정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으로 기획된 휴머니스트의 대담집(시리즈명: 휴먼아이티 HIT. Human Interlogue Terminal) 《오만과 편견》이 2003년 5월 12일 발간되었다. 이 책은 역사학 연구자 임지현(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과 사상사 연구자 사카이 나오키(코넬대학교 아시아연구과 교수)가 2001년 8월부터 2003년 4월까지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테마로 서울과 도쿄 그리고 뉴욕에서 벌인 총 10여 차례의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의 지식인과 일본의 지식인은 한국어와 일본어로 배치된 대화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 한문을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민족언어라는 사고방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 지식인들은 민족(국가)적 자부심이나, 국어 혹은 국민어의 무게도 그리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100년 동안 한일 양국은 국어의 발명과 보급을 통해 하나의 국민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한쪽 국민어가 다른 쪽 국어를 억압하는 등 폭력적인 과정도 경험하였다. 특히 일본 제국이 해체된 이후, 한국 민족·일본 국민이라는 국민의 대비에 의해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주체적 입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휴머니스트 창립 2주년에 즈음하여 발간된 대담집 《오만과 편견》은 ‘민족’ ‘국가’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기획이다. 식민지-제국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속박된 한일 지식인의 만남을 유쾌하게 허물어 버리고 서로가 서 있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대담에 참여한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두 지식인의 문제의식이 만나 새로운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의 학자와 일본의 학자가 두 나라 학계의 주류 담론인 ‘민족’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담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내용을 출판이라는 공식적인 형태로 담아내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오만과 편견》은 임지현과 사카이 나오키가 ‘민족주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3년 동안의 말과 글의 성과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지식인의 대담은 당위에만 머물렀던 탈근대담론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 속에서 그 속살을 드러내보였고, 탈근대 구축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민국가에 의해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는 만남이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
서구적 ‘근대’(Western modernity)가 전지구적 근대(global modernity)로 확산되는 과정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왔을까? 그리고 근대를 벗어나는 모색은 가능한가?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유를 풍부하게 전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출되어 있을 뿐 그 논의의 구체적인 성과는 물음표(?)였다. 사유의 풍부함(다양함) 속에서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실천의 구체적 제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계사적 차원의 근대의 형성 과정과 그 속에서 한국(일본)의 근대는 어떻게 만들어져왔는가? 하는 점은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흐름을 자신의 문제인식 안으로 끌어들이는 맥락적 사고, 즉 오늘날 미국 중심의 세계화라는 21세기의 흐름을 우리 안에서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임지현·사카이 나오키의 대담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근대시민 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화(他者化)하는 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으며, ‘자유, 평등, 박애’라는 보편적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화하는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되고, 그 결과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 역시 서양적 근대의 경계짓기 논리를 모방하고, 서구의 담론 틀 속에 포섭된다. 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중심부 제국주의와 주변부 민족주의 적대적 공존 관계가 형성되어온 과정에 대한 세계사적 인식의 바탕 위에서,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의 근대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어왔는가를 동아시아의 맥락 속에서 하나 둘 파고 들어간다.
지은이 소개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당대비평> 편집위원.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양사상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민족주의 연구회 등에서 연구하고 강의하였다. 현재 영국 글래모건 대학교의 외래교수 겸 하버드 대학 옌칭연구소의 초청학자로 외유 중이다.
임지현은 근대유럽지성사, 사회주의 사상사, 폴란드 근현대사, 동유럽 민족운동사, 유럽 노동운동사 등의 연구를 통해 유럽의 역사와 사상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민족’이라는 뜨거운 이슈를 제기해왔다. 특정 인종이나 땅, 언어 등으로 묶는 식의 민족주의를 초월해 공통의 관심사와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민족 개념을 위한 이론적 실천적 활동을 전개해왔고, 현재도 ‘민족주의 비교연구’ ‘파시즘 비교연구’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근대성’을 넘어서는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최근 그가 펴낸 일련의 저서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이었고, 이번 대담은 그 기획의 가능성을 열어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서로는 《마르크스 엥겔스와 민족문제》(1990), 《바르샤바에서 보낸 편지》(1998), 《민족주의는 반역이다》(1999), 《그대들의 자유, 우리들의 자유-폴란드 민족해방운동사》(2000), 《이념의 속살》(2001) 등이 있으며, 《서양의 지적 운동》(1994), 《우리 안의 파시즘》(2000) 등을 편저했다.
사카이 나오키
코넬대 아시아연구과 교수. 다언어 잡지〈흔적(Traces)〉편집위원. 도쿄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잠시 영국 회사에 입사해 런던에서 일했다. 공부를 결심하고 일본으로 돌아온 뒤, 일본의 여러 대학에 ‘후기 구조주의와 현대 일본사상’이라는 연구 주제를 제출하였으나 응답해주는 대학이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시카고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 그곳에서 학위를 받았다.
사카이 나오키는 현대철학, 현상학 등 철학적 사유와, 표의·표음 문자 연구, 언어 연구, 문학과 예술의 모더니즘 연구 등을 통해 자기 사유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그는 내셔널리즘과 인종주의 연구, 문화와 번역 이론,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동아시아 지성사 등의 분야를 주요 연구 주제로 잡고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사유의 치밀함은 국내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이 번역되고 있지 않으나, 이번 대담을 계기로 그의 저서인 《번역과 주체》(Translation and Subjectivity)가 곧 국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저서로는 Voices of the Past:the status of language in 18th-century Japanese discourse(Cornell University Press, 1991, 일본어판 제목은 『過去の聲』)(以文社, 2002), 『死産される日本語?日本人』(新曜社, 1996), Translation and Subjectivity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7), 『日本思想という問題』(岩波書店, 1997)등이 있고, 대담집으로는 『‘世界史’の解體』(西谷修と)(以文社、2001)가 있다.
목차
서문
식민주의적 죄의식을 넘어서 - 사카이 나오키
세습적 희생자의식을 넘어서 - 임지현
1장 식민지, 제국의 콤플렉스를 벗다
1.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집단적 규정성을 넘어서
경계짓기로서의 근대
배타적 정체성 과정의 형성 과정
식민지-제국 콤플렉스
2. 동아시아 역사에 투영된 '제국'의 흔적
식민지와 제국의 관계
제국이 발명한 식민지의 전통
식민지의 죄의식, 제국의 부끄러움
제국의식과 식민지체제의 유제
2장 민족, 국가 - 폭력과 배제 그리고 포섭의 담론들
1. 민족은 역사적·문화적 구축물이다
'백인'이 전유한 민족
근대 국민국가의 '국민 만들기'
일본은 민족 개념을 어떻게 전유했는가?
19세기 말 조선 지식인의 딜레마
'명백한 운명' 혹은 '백인의 짐'
2. 20세기의 신화, 민족주의
균일한 국민을 생산하는 군대
인민주권론과 국민독재
허위의식으로서의 민족주의
신체에 각인된 국민국가적 헤게모니
3. 한국과 일본의 염치 없는 내셔널리즘
일본의 국민주의
한국의 민족주의
동아시아 내셔널리즘과 미국 헤게모니
가설적 패러다임, 대중독재
건강한 내셔널리즘, 나쁜 내셔널리즘
3장 문명, 근대 - 내면화된 서양
1.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
오리엔탈리즘의 전략적 위치
오리엔탈리즘=옥시덴탈리즘
근대를 향한 욕망과 자본주의
영토, 언어, 국민이라는 상상체
발명된 전통
2. 한국은 동양, 일본은 서양이라는 배치
피부색의 차이, 인종적 차별
미시마 유키오와 최승희
제국의 마이너리티 지식인
감정적 카타르시스, 미래 지향적 성찰
3.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들
삶 속에 내재된 '근대'의 욕망들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기원과 모방
신자유주의의 이중성
4장 젠더, 인종 -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
1. 보편적 존재로서 남성, 타자화되는 여성
자연적 성(sex)과 문화적 성(gender)
가부장제의 이미지는 신화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성 차별과 인종 차별
종속된 내셔널리즘의 슬픔
지배에 포섭된 저항 담론
사적 욕망의 국가적 통제
새로운 차별과 배제
2. 식민지 - 제국에서의 남성과 여성
할머니들의 기억과 내셔널리즘
다문화주의의 이중구조
제국에 사는 마이너리티들의 기억
마이너리티들의 역사적 조건
식민지를 욕망한 제국의 시선
5장 오만과 편견 - 그 대항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1. 세상의 관계들을 다시 읽어야 한다
새로운 현상과 변화들
인종적 편견의 극복 가능성
욕망의 상품화가 만들어낸 '서양'
'근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역사주의적인 도식의 위험성
역사학의 딜레마
근대의 역설
번역,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2. 전지구적 연대, 새로운 사유와 실천의 출발점
글로벌리제이션, 미국으로 가는 길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미국 헤게모니
이미지의 식민화
대항의 전선은 어디인가
새로운 사유가 새로운 실천을 부른다
사카이 나오키·임지현 공동 후기
기획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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