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버트(노르베르트) 엘리아스. 1995. 유희수 역. 『문명화과정 ― 매너의 역사』. 신서원

김성윤/ 2006년 4월 18일



서양 문명에 대한 쓴 웃음 ― 문명화 과정의 속사정



‘문명’과 ‘문화’의 개념


◎ 서양의 문명 개념과 독일의 문화 개념

독 일

문 명

정치/경제/사회적 사실들

인간의 외면적?피상적 아류적 가치

문 화

정신/예술/종교적 사실들

인간의 업적과 존재에 대한 자부심

kultiviert(세련된)

프랑스(+영국)

문 명

정치/경제/사회 + 종교/기술/도덕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양식

civilised(문명화된, 세련된)

- 독일의 문화 개념과 서양의 문명 개념이 흡사. cf. ‘정신문화와 물질문명’ 구별.

- 문명 : 하나의 과정 혹은 진보하는 운동. but 독일 문화개념 : 운동/진보의 의미 없음.

- 문명 : 모든 인간에 공통적인 것들 강조. but 독일 문화개념 : 민족/집단적 특성 부각.


◎ 독일 문화 개념의 사회적 기원

- 프랑스나 영국의 입장(근대화?세계화의 선두)에서 보면 민족적 질문은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그러나 후발국이었던 독일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독일적인가’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 칸트의 문명/문화 설명. “우리들은 갖가지 사회적 예의범절에 혹사당할 정도로까지 문명화되었다.” “도덕성의 이념은 문화의 일부이다.” 앞의 진술은 상류지배층에 해당하며, 뒤의 진술은 시민계급출신의 지식들에 연결됨. 프랑스식 모범에 따라 ‘문명화’된 귀족들과 이들에 대항하던 독일 중산층 지식인들의 논점. 문명과 문화 개념의 대립.

- 프랑스에서는 ‘문명화된’, ‘교양있는’, ‘세련된’, ‘개화된’ 등이 거의 동의어. 반면 자아의식을 표현하는 ‘교양’이나 ‘문화’는 순수하게 정신적 영역에 한정.


문명화과정, 무엇인가?


◎ 서양의 문명화과정과 ‘예절’ 개념의 발전

시 기

12-15세기

16-18세기 전반

18세기 후반-20세기

주도 세력

봉건 영주, 기사

궁정귀족

시민계급

행동 양식

궁정예절(courtoisie)

예절(civilite)


◎ 문명화와 그 과정

- 문명화 : 사회의 성원들이 가진 인성의 구조.

- 문명화과정 : 상층부에서 시작, 중산층을 거쳐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수백년을 소요. 중세 궁정사회에서 시작. … 난폭한 봉건 영주와 기사 계급이 도시 궁정으로 편입하면서 얌전해짐 -> 경제력 바탕으로 궁정에 편입된 시민계급에게 전파 -> 이들은 자기에 맞게 변형 … 인성구조의 이러한 변화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맞물림.

- 문명화 기원의 망각 : 오랜 사회화의 결과를 자연적 특성으로 오인


문명화과정의 지표들


◎ 식탁 위의 해부 실험 - 육식

- 중세사회 상류층 : 동물의 커다란 부위 전체가 식탁 위에.

- 전문직업화 : 도살 등의 생산 활동이 전문가들에게로.

- 오늘날 : 고기는 그 동물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식탁 외의 공간에서 자르고 조리함. 즉 불쾌한 것을 ‘무대 뒤로 옮기는 일’이 이른바 문명화 과정의 큰 특징이다.


◎ 식탁 위의 전쟁 - 나이프

- 중세사회 상류층 : 항시 전투태세. 충동 규제 느슨함. 나이프에 대한 금기사항이 많지 않음

- 내적 평화의 달성 : 위협의 제한과 감정구조(혐오감)의 변형. 위협 상징과 도구들에 대한 불쾌감 증가. 칼 사용에 대한 제한과 금기도 늘어남.


◎ 수치심의 내면화 - 포크

- 중세사회 상류층 : 맨손으로 식사.

- 감정구조의 변화 : 수치심의 작동. 더럽고 기름기 있는 손가락을 사교모임에서 보이는 일이 수치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소스가 묻은’ 손 = ‘문명화되지 않은’ 행동.

- 오늘날 : 처음에는 타율적으로 적응. 결국 내면화. 수백년에 걸친 역사적 과정 완성. 결국 오늘날엔 손을 이용하여 먹지 않는다.


◎ 침묵에서 위생까지 - 생리적 현상

- 봉건시대 : 생활영역에 관한 사회적 명령과 금지들 적음. 생리적 용무와 그에 관한 언급도 내밀하거나 사적이지 않음.

- ‘침묵의 명령’ : 생리적 문제를 토론하는 책. 수치감을 가르치는 기능. 생리욕구 자제하도록 훈련. 이후엔 ‘위생적인 근거’까지 등장.


◎ 손수건의 등장 - 콧물

- 중세사회 : 손으로 코를 풀었음. 식사 중 코 닦을 땐, 오른손으로 고기, 왼손으로 코.

- 궁정사회 : 손수건의 등장. 사회적 위신과 연관. 부의 상징. 품위. 이때만 해도 코푸는 예절이 강조된 것으로 보아, 손수건 예절이 상류층에도 그리 보편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줌.


◎ 내면화와 욕구의 관리 - 침 뱉기

- 중세사회 : “식탁을 향해 또는 식탁 위에 침을 뱉지 말고, 식탁 밑으로 뱉어라!”

- 과도기 : “침을 조그만 천에 뱉어라.” 침 뱉기가 점차 불쾌하게 여겨짐. 대안으로 수건 사용이 거론.

- 내면화 : 침 뱉기 관습과 그에 대한 언급은 불쾌한 일이 됨. 마침내 그에 대한 욕구 자체가 거의 사라짐. 정신적 삶의 형성 가능성.


◎ 문명의 도구들 - 침실과 잠옷

- 중세사회 : 침실은 사적이지도 않고 은밀하지도 않았음. “네 몸이 드러날 수도 있고 담요를 걷어차서 네 동료에게 불편을….”

- 노출에 대한 수치심 : 육체와 접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성 증가.

- 잠옷의 등장 : 포크나 손수건과 같은 ‘문명의 도구’.


◎ 갈등 해결 ‘합리화’ - 공격본능의 변화

- 중세사회 : 물리적 폭력. 점차 절대왕정화되면서 왕이 중재에 나섬.

- 합리적 인성의 형성 : 현실의 인과관계에 의해 갈등 해소. 국가권력의 사법권으로.

- 얌전한 근대인 : 합리화 과정은 사실상 공격본능 길들이기.


문명화 이론에 대하여


◎ 결합체의 사회학

- 결합체/결합태 : ‘열린’ 존재로서의 개인과 집단(의 상호의존적 고리)을 설명하는 개념. 엘리아스의 동태적인 사회관의 핵심(정태적이 아님). ‘과정’의 사회학. ‘과정’의 역사학.

- 인성구조와 사회구조 : 문명화과정은 이 둘이 맞물림. ∴심리발생적이면서 사회발생적임.


◎ 궁정사회

- 엘리아스의 핵심적인 연구 대상 : 17~18세기 유럽의 시대의 중심적 장으로서 궁전 내부의 사회적 결합관계.

- 사회발생론적 측면 : 중앙집권적 절대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발달한 결합체. 봉건영주의 궁정귀족화가 관심 영역.

- 심리발생론적 측면 : 세속적 지배계급의 인성구조 변화와 동반되어 발달. 예를 들어, 에티켓?의식 등의 과시적 행위는 궁정귀족의 권력을 가시화하는 것.


◎ 내면화와 합리화 - 문명화의 동력

- 내면화 : 과거의 타율적 강제를 자기 안의 자율적 강제로 바꾸는 기제. 사회적 초자아의 내면화. 그 이전의 갈등은 거의 모두가 외적 갈등이자, 감정의 직접 표출. 내면화로 인해 내적 갈등의 출현. 프로이트식의 분열증은 이러한 근대 고유의 인성구조 탓. … 내면화 기제를 통해, 장기간의 종족발생적 과정이 개개인들에게는 개체발생적으로 경험됨을 파악할 수 있음.

- 합리화 : 격정과 정념의 지배에서 현실과정의 인과관계를 어림하는 습속. 다혈질적인 결투와 전쟁 -> 냉정한 합리적 인성의 모략과 계략 -> 손익계산의 상인적 합리성의 호모에코노미쿠스.

Posted by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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