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스 워드의 영웅 신화에 관한 초고- 혼혈 재현과 모성 재현의 문화정치학 비판

1. 누구를 향한 신화인가?

- 워드 신화화(神話化)의 현실. 혼혈 재현,모성 재현의 문제들

- 여기에는 특정한 정세가 있음. 인종갈등(심지어는 폭동)의 잠재적 주체로서 코시안의 문제가 대두되는 와중에, 혼혈인 워드가 우리 사회에서 신화적 존재와 담론으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피는 것임.

- 우리의 문제의식은 정작혼혈인들이 이 신화를 거부한다는 데에서 출발함. 믿지 않음. 뿌리 깊은 차별로 인한불신이 작동하기 때문.

- 그럼에도 이 신화는 코시안들과 그들에 대해 잠재적으로 공포와 배타심을 가지는 대중을 향한 사회통합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임. 이들에게 일종의 신화를 제공하고 그러한 위로와 더불어 사회에 적응케 하는 것.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적응할 뭔가는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 그렇다면 이 신화는 대중일반을 향한 영웅담론이 아니었겠는가? 혹은 발화자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대중을 향한 문화적 향유를보편적 향유인 것으로 만들고 관념화하는 것. 또한 그 와중에 발화자의 자기-합리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

2. 이종교배의 포스트모던적 우생학?

- 이종교배로 인한 인종적 우위성 주장? 프랑스 축구팀의 다인종/다국적 구성이 우승 가져왔다? 브라질 축구팀의 다인종 구성이 우승 가져왔다? 워드에게 가미된 흑인적 유연성과 탄력? 다니엘 헤니에게 가미된 백인적 젠틀함? 차라리 이것은 황인종 고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끔찍한 인종실험인지도 모름.

-생물학적 가치의 발견 -[이단아·혼혈·외국용병이 이끈다 : 규격형 인재 중심 순혈주의 벗어나 異種교배와 파격의 아이디어로 곳곳서 돌풍] (주간조선 2001.1.18)

- 이러한 담론은 스포츠와 문화를 통한 민족주의가 다인종성과 결합하면서 국가주의로 수렴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

- 게다가 국제적인 인적/물적 교류, 이주노동자의 대거 유입, 저출산 문제의 대항마로 급부상하는 국제결혼(애초에 이것은 농촌 미혼 남성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지만) 등등의 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성을 띠고 강조되는 경향도 함께 관찰을 요함. 이 동시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결국 다인종사회가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음을 예견한 가운데 나오는 일련의 캠페인인 것.

-혼혈의 우생학적 신화가 관철된다고 해서 인종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불행히도 혼혈 내부의 성공 신화 형성이 관철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신화일 뿐. 실체 없는 신화는 결국 삶의 공포를 달래주는 덧없는 희망일 뿐. 오히려 대중들은 그 신화를 실체적인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신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혼혈인들을 사회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합리화하고 말 것.

3. 혼혈 1세대에 대한 자기 면죄부

- 기지촌 문화를 기반으로 출생한 이들을 혼혈 1세대라 지칭할 만함. 그리고 최근의 국제적 매매혼으로 출생한 소위 코시안들이 혼혈 2세대. 그 외에 통상적인 국제결혼 출생자와 이주노동자 자녀 등이 있기는 하지만, 워드 신화가 가지는 특성 상 이들은 일단 논외로 함.

- 워드 신화의 제조는 사실상 혼혈 1세대에 대해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자기 면죄부라 할 수 있음. 이들에게 가해 왔던 숱한 차별적 시선들. 그런데 여기서 일종의 관계 역전이 눈에 들어옴. 워드에 매달리는 문화산업자본과 권력블록, 그리고 대중들. 그를 우러러 봄. 차별적 시선에 대한 마술적인 속죄인 셈. 그러나 그 속죄는 오로지 문화적으로 성공한 소수에게만 열린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결국 혼혈 당사자들은 수용할 수 없음.

- 혼혈인에 대한 포비아는 단순히 구체적 인물이 면전에 있을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 이것은 문화 일반에 걸쳐 혐오적인 대상이 눈에보일 경우 혼혈의 부정적인 표상과 결합하여 의미의 상승작용을 배태하기도 했음.[압구정,'혼'이 없는'문화식민지' : 창의성 실종된 '혼혈문화'... 美 소호의 실험성,日 긴자의 품격은 어디에 : 압구정 오렌지 10년] (주간동아 2001.5.24)

- 면죄를 욕망하는 역사는 단순히 억압적인 시선에만 잊지 않음. 실제로 역사상 수천명의 혼혈인들이 半강제적으로(사실상 강제적으로) 해외입양됨. 결국 국내에 남은 혼혈1세대는 5백여명 정도로 추정. 결국 이 과정은 혼혈 1세대에 대한엔클로저였던 셈. 타자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해 구성해낸 순수 혈통주의가 가진 폭력성은 혼혈의 영웅이 성모와 함께 강림한 이 순간 최고의 죄악일 수밖에 없음. 따라서 자신이 저질렀던 역사적 과오를 망각하고 함구하고자 하는 충동이 부상함. 그런고로 이 면죄부는 중세의 성직자들이 그랬듯 사실상 또 다른 죄악.혼혈 1세대는 잊지 않을 죄악. 우리가 이 역사를 방치하는 한, 혼혈에 대한 원죄의식은 우리를 계속 괴롭힐지도 모를 일.

4. 성모의 품에 안긴 영웅, 워드

- 워드가 어머니와 내한한 모습은, 그가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는 전제 하에, 예수와 마리아의 형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음. 즉 이 영웅신화에서는 단순히 구세주만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어머니라는 또 다른 영웅이었던 셈. 기지촌 여성에 대한 이러한 영웅화는 고대의 기독교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워드의 어머니를 동정녀화했음. 세상에 가장 순결하고 고귀한 존재.

-문제는 이러한 재현이 가지는 일련의 효과. 앞서 워드 신화는 워드를 향한 것이 아님을 말한 바 있음. 바로 대중자신을 향한 것. 참는 어머니. 기도하는 어머니에 대한 상찬. 모성 재현을 동반하는이러한 코드는혼혈1세대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가 존재한다는 우리의 앞선 추론이 더욱 더 타당함을 방증하기도 함. 즉, 이번에는 기지촌 여성에 대해 화해를 구하는 것임. 쫓아낸 차안의무리들이 피안에서 강림한 모자를 신화화하는 행위.

- 기본적으로 이 지점은 여성 재현의 양식과 더불어 있음. 모성애가 보편적인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는 세태 속에서 이 동력을 워드의 신화와 중첩시키는 과정.

- 영웅의 어머니를 신화화하는 것은 또 다른 효과를 동반할 수 있음. 우리 사회의 혼혈인들이 워드 신화를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 미래에 이들이 또 하나의 영웅이 되지 못하게 될 경우, 혹은 영웅을 닮지 못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자신을 영웅으로 육아하지 못한 가족의 탓으로 손쉽게 적대 관계를 치환할 수 있기 때문. 나아가 이러한 맥락은 혼혈인뿐만 아니라, 대다수 대중에게 유포되어 신자유주의, 유연적 축적체제, 세계화등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들로 하여금, 그 책임 소재를사회구조가 아니라 가족문화 등에 묻게 하는 것.

5. 공포의 치유

- 워드 신화는 결국 단순히 워드를 통한 문화산업자본의 축적에 있는 것이 아니었음. 워드를 청와대로 초대했던 노대통령이 증언한 것이야말로 사실에 가장 근접한 것. 바로 사회통합의 상징으로서 워드는 존재함. 그러나 그 통합의 공백은 우리의 상식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 그 담론을 수용하고 문화적 실천을 수반하는 순간, 종국에는 불가항력적인 허무함만을 느끼게 될 것.

- 이 통합담론의 수신자는 결국 혼혈인들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님. 사회통합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우선순위이지, 결코 배제되는 특정집단에 대한 것이 아님. 따라서 수신자는 대중 일반, 그리고 발신자 자신임. 혼혈에 대한 인종적 공포를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신화의 실체. 물론공포의 근원은구체적 혼혈인에게서 오는 포비아로서의 속성이 짙지만, 사실 신화가 표적으로 삼고있는 것은 바로 다가올 인종적 갈등에 대한 공포임. 문제는 이 치유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단순봉합이라는 것. 즉, 근본적인 사회문화적 적대관계에 다다르지 못한 채, 적대의 왜곡으로서 나타날 공산이 크다는 문제.

- 성공신화로서의 워드, 그리고 재현정치의 표상으로서의 워드. 그 개인은 물론 반갑게 환영받을 만한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 신화가 이미 구성되어 있는 한 - 해체/재구성해야 할 존재임.

Posted by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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