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의식과 노동자주의
― E. P.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 대한 노트
김성윤, 2006년 10월 31일
1. 톰슨은 생산관계와 사회적 관계로 계급을 구조적으로 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계급은 노동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의식 속에서 서로 공통적 유대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형성된다.
2. 따라서 추상적인 통계와 평균은 톰슨에게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한 역사기술은 잘못된 통계와 평균을 통해, 당시 민중생활을 은폐하거나 고통을 축소함으로써 자본가계급에 면죄부를 부여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3. 시간, 규율, 노동감시와 같은 일련의 변화들은 어떻게 이뤄졌던 것일까. 오늘날 노동과정에 있었던 이러한 요소들은 당시 노동자들로서는 너무나 낯선 것들이었다. 따라서 자본가계급은 노동자의 인간개조를 원했다. 인간이 기계의 규율에 적응할 때까지 규격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힘은 종교에서 찾아진다. 특히 감리교는 착취자의 종교이면서 피착취자의 종교였다. 톰슨은 1790년에서 1830년 사이의 기간 동안 감리교는 직접적으로 교리를 주입하고, 교도의 공동체적인 감각을 불러 일으켰으며, 결과적으로는 반혁명이 낳은 심리와 연동했다.
4. 그러나 노동계급 공동체는 종교의 이데올로기나, 자본가계급의 ‘한 줌의 적선’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톰슨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기 윤리와 규칙을 만들어 온 것에 주목한다. 따라서 그러한 계급문화는 노동계급의 고도로 의식적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자체적인 규율과 공동체적인 덕목은 하나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내는 문화적 영향력이었다. 노동계급은 이러한 흐름들을 타고 계급의식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5. 공통된 경험을 함께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자신과 다른 노동자들이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는 공유하는 의식으로 나아가고 마침내 계급의식이 나타난다. 따라서 톰슨에게 계급의식은 이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함께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6. 톰슨의 역사기술은 계급의식이 계급과 함께 순리적으로 존재한다는 통념을 거부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논의는 계급과 계급의식에 대한 당시의 속류적 맑스주의에 일침을 가한 것이기도 했다.
7. 그러나 그의 일침은 이따금씩 집착으로 나아가기도 했던 듯 보인다. 그는 속류 맑스주의에 같이 반기를 들었던 대륙의 알튀세르류의 구조주의적 맑스주의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였다. 그는 이러한 경향들을 ‘이론의 빈곤’이라 불렀지만, 그의 후배 사가들(특히 홉스봄이나 앤더슨 등)은 오히려 톰슨에게 ‘문화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비난했다. 왜냐하면 그의 논의 속에서 노동자주의와 노동운동을 찾을 수는 있지만, 계급운동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II-3. 문화와 계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 서비스 계급의 등장(에스핑-앤더슨, 신광영) (0) | 2007.08.18 |
---|---|
[노트] 교육과 계급(보울즈/진티스, 윌리스) (1) | 2007.08.18 |
[노트] 부르디외 계급론에 대한 노트 (1) | 2006.10.24 |
[노트] 계급의식, 이데올로기, 계급투표 (0) | 2006.10.18 |
[노트] E. O. 라이트의 계급론 (0) | 2006.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