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연 한문지 2002.11.18 / 김성윤
서문연 한문지 자료집 2권 1. 맑스주의 전화의 지형 ③ 서관모, [80년대말?90년대초 변혁운동의 이론적 정세], "진보정론지 발간을 위한 토론회", 1999년 3월 6일(숭실대 사회봉사관 212호실) ④ 이용주, 「현시기 한국의 진보적 학술진영의 이론활동」, '진보평론' 발간모임 창립기념 심포지움 "한국의 사회운동과 이론활동", 1999년 4월 17(출판문화회관) ⑤ 『진보평론』 창간호(1999년 가을), 「참고자료: '진보이론정론지' 발간제안문」⑥ 『진보평론』 창간호(1999년 가을), 「부록: 『진보평론』 창간호 발간까지의 경과」2. 맑스주의의 전화와 구좌파의 이론적 전략 ⑧ 김세균, 「『이론』지 발간 이후 한국의 이론적 정세」, "진보정론지 발간을 위한 토론회", 1999년 3월 6일(숭실대 사회봉사관 212호실)
??진보평론??의 발간과 한국의 맑스주의
1999년 가을, ??진보평론??이 발간됐다. 이 잡지의 발간을 위하여 많은 이론가들이 준비를 하였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의 이론적 정세는 서관모가 정리한 바 있다.
80년대 초에는 박현채가 사실상 맑스주의 이론가로서는 유일했다. 85년 박현채와 이대근이 각각 국독자론과 주변부자본주의론의 논쟁이 펼치면서, 사구체론이 본격화된다. 식민지반봉건사회론/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 그리고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NDR론)이 제창되면서 NL-CA 대립구도가 형성된다. 87년 민중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겪으면서 PD 그룹이 형성됐고, 마침내는 NL-PD 대립구도로 전화한다. 6?29 이후 인민노련이 PD그룹에서 이탈, ‘부르주아 민주주의로의 이행’으로 파악하는 일반민주주의(GD) 노선을 걷는다. 이로써 NL-GD-PD의 대립구도가 형성된다.(서관모)
사구체론이 이렇게 전개되는 와중에 88년 윤소영을 중심으로 레닌주의적 맑스주의 운동을 정점으로 하는 ??현실과 과학??이 무크지로 창간된다. “이 그룹은 반스탈린주의, 반NL주의, 반개량주의의 3중 전선에서 싸워”야만 했다. 91년 ??현실과 과학??이 계간으로 창간되면서 10집을 간행할 무렵, 서사연 사건(대학원생 6명 구속) 등이 터지고 맑스주의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마침내 ??현실과 과학??은 종간되었다. 서관모는 현실과 과학 그룹의 한계에 대해, “위기의 본질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당은 필연적으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부르주아적 분할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실과 과학 그룹은 당을 ‘본질적’ 조직형태로 전제해버렸다는 것이다. “계급투쟁의 조직형태는 계급투쟁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이론이 선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그러면서 서관모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진보평론??이 “계급운동 외에 여성운동, 환경운동, 그리고 동성애자 운동, 장애자 운동, 노인권리운동, 반인종주의 운동 등 다양한 소수자운동이 자신을 이론적으로 표현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 그렇다면 과연 당은 불가피한 것인가. 국가는 어떻게 상정해야 하는가. 다양한 소수자운동은 국가와 어떤 노선을 그려야 하나. 나아가 세계화/신자유주의로의 거센 제국적 개방 압력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현 정세에서 필수불가결한 의문들이라면, 결국 윤소영이 레닌주의적 맑스주의에 입각해서 싸웠듯이 다층적인 전선 설정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겠는가. 소수자운동은 부르주아적 권력을 지배소로 배치된 국가, 즉 스테이트와 투쟁해야 한다. 반면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족, 즉 네이션이라는 단위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물론 이때의 네이션은 국가에 호명되는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의 형태를 고려할 때 동원되는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선 수립이 과연 진보진영에서 확립되어 있는가. 2002년이라는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좌파에 어떤 합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문화과학?? 심포지움에서 이런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좌파 전체 진영의 기본 전략으로는 인정되지 못했다. 혹, 내년 맑스꼬뮤날레에서나마 가능할지….
어쨌든 90년대 초의 상황이 이러했을 무렵, 주지하다시피 소련이 붕괴된다. ML주의의 위기는 ‘현실과 과학’ 그룹의 ‘탈스탈린주의적 레닌주의’가 설 자리를 위협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론적 문제설정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탈맑스주의적 효과는 10년 동안 만개했던 한국 맑스주의를 더욱 위기로 몰아갔다. 이러한 정세 속에 등장한 학술지가 바로 ??이론??이다. ??이론??지에 실린 글들은 대체로 알튀세르적 맑스주의에 입각해 있었다. 이것은 당시 맑스주의가 “현실개입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맑스주의적 문제설정을 견지하면서 맑스주의적 관점을 풍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공개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김세균)”
그러나 ??이론??지가 개입의 영역을 비계급적 영역으로 확장시키려는 데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었다. 김세균은 “이론적 논쟁을 적극 조직하지 못했고, 실천진영과의 교류가 부족했으며, 현실의 정세에 개입하는 능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을 문제점을 자인했다. 게다가 포스트주의의 흐름으로 인해 좌파이론에 대한 독자층이 크게 줄었고, 신좌파적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이론??은 필연적으로 자기 탈피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론??지가 97년 여름호(17호)로 폐간되고 99년 가을 ??진보평론??이 발간될 때까지, 2년여의 공백은 ??문화과학??1), 서울사회과학연구소, ??무크 비평지??, ??정치비평??, 세계경제연구소, ??읽을거리??, ??그날에서 책읽기??, ??현장에서 미래를?? 등이 점유하게 된다.
이러한 이론지형에서 ??진보평론??이 발간된 것이다. “서울사회과학연구소가 낸 ??현실과 과학??, ??현실과 과학??이 폐간된 이후 이론동인이 낸 ??이론??(⑤)”에 뒤이어 ??진보평론??이 그 후발주자로 나선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연구자들이 체제 내적 개혁 수준에 머물며 뚜렷한 우경적 경향을 보이는 현실, 변혁 전망을 지닌 연구자들마저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거나 개인 작업에 치중하는 현실, 중심부 국가에서조차 복지자본주의에서 정글자본주의로 대체되는 현실, 초국적 독점자본의 축적운동이 주변부/반주변부를 가리지 않고 민중을 유린하는 현실…(⑥). ??진보평론??은 창간호에서 “착취의 모순이 격화되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위기가 심화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대중이데올로기로 전화하여 대중을 사로잡고 대중의 반자본주의 투쟁을 추동할 변혁 이론이 부재하”는 정세를 직시하고, “적대 내지 갈등의 복수성”과 “해방의 정치의 다차원성을 승인한다”고 적고 있다. “계급운동을 위시하여 이 모든 해방운동들은 인식과 실천에서 생태주의적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당연한 해법이다.
실제로 학술단체협의회와 그 산하 단체를 비롯해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진보적’ 학술단체들 역시 90년대를 거치면서, 우파와 좌파로 확연하게 갈렸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예컨대 최장집이나 한국사회과학연구소는 김대중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우호적 성향을 보이면서, “노동의 일방적 희생 위에서 시장자본주의적인 질서를 창출하려고 하는 현 정부의 노력과 보조를 함께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현존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이용주)” 따라서 ??진보평론??의 과제는 “맑스주의를 근대성의 경계 외부로 끌어내는 것, 혹은 맑스주의를 ‘반(反)근대’의 사상 내지 ‘탈근대’의 사상으로 새롭게 읽는 것”, 즉 신좌파적으로 맑스주의를 전화하는 것으로 도출된다. 이를테면 주체, 권력, 노동, 코뮨주의에 대한 개념을 재사고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론 진영의 형식 자체도 분과학문체계의 폐쇄성을 분쇄하는 ‘횡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현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차이와 이질성을 긍정하면서 소수자운동들과 연대해 가는 것이다.(이용주)
물론 ??진보평론??의 이러한 자기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론??지가 내장했던 동인형식을 탈피하면서, 일종의 좌파 공론장이 된 지금, 3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조차 신좌파적 문제설정이 녹아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계급론과 비계급론의 절합이 진리성을 획득하려면 이용주의 말대로 “현실의 이론적?실천적 운동에 미치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탈근대적 문제설정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제 막 시작된 하나의 문제제기”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좀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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